※이건 감상문입니다. 덕분에 반말투로 나가게 되는데요 ^^;;.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어제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tvN을 보게되었다. 원래 케이블 TV채널은 영화채널이나 만화채널, 드라마 재방송 채널을 빼면 보지 않는 나지만(너무 선정적이고 말도 안되며, 과학적으로 조금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주제들만 다루고 있길래)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러가 나오는데다 서울대생이라고 해서 보게되었다. 본인은 서울대에 견줄만한 화려한 학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세상에 이선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 주었으면 한다. 물론 화성인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는 사람도 아니며, 방송과정에서 편집된 사정, 컨셉 따윈 생략하고 쓰겠다.(추신에서 언급하겠습니다.)
어제 나온 게스트는 오준규씨. 서울대 법대 2학년생이며(나와 나이가 같다.) 성적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뭐 대학 1학년 성적은 나같이 망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럭저럭 나오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학벌은 무시못할 수준이기는 했다.(수시인지 정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을 키보드 워리어 1급이라고 했다.(극 중의 이야기였지만.)
난 솔직히 그 사람의 태도가 시종일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대화할때 행동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했다. 가령 자신의 나이의 두배에 해당하는 김구라 씨가 악수를 하려는데 가위를 내는.... 구면이라도 어른에게(정확히 말하면 같은 또래에게도) 하지 않는 행동을 한 것부터 시작하여 역시 나이가 많은 김성주씨에게 '방송을 받기 위해서 헤헤거리느라 인상이 좋아졌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욕하는 악플러들을 키보드 워리어 3급 찌꺼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 등의 말도 그렇고.... 주의가 산만한건지 컨셉이 그런건지 남이 말을 할때 손을 따닥거리고, 말을 하는 상대를 곁눈질로 보는 데다가 남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등... 그의 행동은 정도가 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송상의 컨셉이다', '재미를 위해서다'라고 하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프로그램 컨셉에 맞추어 그런 행동을 하였다면(그가 맞추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말한 '키보드 워리어 3급 찌꺼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겠다. 왜냐고? 적어도 자신의 주장을 진정성 있게 말하려면 그런 방송 프로그램 컨셉 따위에 맞추지 않을 꺼니까. 적어도 서울대생이 될 정도의 머리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준규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패널에게 공손한 모습을 보이려고 방송했냐?'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케이블 TV를 보는 사람은 그런 진정성을 신경쓰지도 않겠지만... 진정성을 갖추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보는 사람에게 어필이 된다. 가령 자식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아이는 아버지가 용돈을 못 주는 이유를 무시하는 '듯이'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고 다른 아이는 아버지가 용돈을 못 주는 이유를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며 듣는다고 가정해보자. 전자의 아이는 얻어 터졌으면 터졌지 목적을 이루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잘하면 용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며, 적어도 아버지는 그 아이에게 줄 용돈을 챙겨둘 지도 모른다. 즉 대화에 임하는 태도가 성실하냐 불성실하냐가 청자들에게 영향을 크게 준다는 의미이다. 죽 오준규씨는 대화의 대원칙 하나를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고 그의 주장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어른의 사정으로 프로 중간에 의견이 잘렸을 수도 있지만 생략한다. 그런건 시청자가 고려할 가치가 없다.) 오준규씨의 주장은 악플을 허용해야 하며, 그것은 70의 중요도를 가진 사건이 30의 중요도를 가진 사건에 묻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때 주장의 앞뒤관계가 안맞는 듯 하지만, 오준규씨가 말하는 악플의 의미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가령....
국회의원 A씨가 사업가 B씨의 뒤를 보아주는 조건으로 2억 1천만원을 받았다는 기사에 관한 리플중에서.
네티즌 C -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나 되는 사람이 2억이라는 돈에 혹해서 비리를 저지르다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모든 국회의원들은 이 상황을 개탄하고 공직사회의 윤리와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네티즌 D - 씨발 좆같은 국회의원 자식이 돈을 처먹고 국민들을 우롱했다. 저런새끼들은 모가지를 잘라버려야 한다.
라는 예가 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네티즌 C씨의 말의 경우는 비판, 혹은 일침이라고 하고 네티즌 D씨의 말을 악성댓글, 즉 악플이라고 하는 것이다. 악플은 단순히 비난하는 글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인신공격적, 욕설, 근거없는 비난에 관한 글을 일컫는 말이다. 즉 '악플'을 쓰지 않아도 '필요한 비난,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종의 사회 정의를 위해서 악플을 허용해야 한다? 글쎄... 4.19혁명에서 '이승만 개새끼' 라고 비난해서 이승만이 퇴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련... 동구권의 씨발새끼, 퍽킹 소련'이라고 해서 동구권이 붕괴되었나? 즉 욕설이 세상을 바꾸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변혁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지금 말하고자 하고 싶은 말이다. 굳이 악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반대의 의견은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것이다.
또 더 중요한 사건이 덜 중요한 사건에 묻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아니.... 세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한미 FTA, 각종 민영화문제에 있어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런데....
도대체 악플하고 국민들의 관심 끌기랑 뭐가 관련이 있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가령 이번 박연차게이트 사건이 한창일때 유명 연예인 한명이 자살했다고 가정하자(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리고 이명박 측과 노무현 측이 결정적인 딜을 해서 성공. 언론에서 박연차게이트관련 사건을 묻기위해 연예인 자살소식을 줄기차게 방송한다고 치자. 그런데 인터넷에다.
박연차게이트 묻혔음 씨팔...
이라고 키보드 워리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악플을 써 둔다고 했을때... 국민들은 관심을 가질지가 이 주장의 헛점이다. 오히려 언론이 '인터넷 상의 욕설문제 너무 심각하다 이번 연예인 자살도 여기 원인이 있어.'라고 보도한번 해버리면 오히려 욕을 먹고 비난받으며,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다. 최진실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자신들이 정의라는 생각 하에 휘갈기는 악플(이라 쓰고 욕설이라 읽는다.)은 자신의 목에 들어오는 칼날이 되고 만다.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문제는 여파다. 이번 사이버 모욕죄 신설.... 그게 다 왜 생긴것 같나? 다 자신 잘난 맛에 빠져 악플을 일삼던 자칭 '키보드 워리어'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덕분에 예전엔 가능했던 '비판'조차 불가능하게 생겼다. 오 만세....
이야기가 잠시 다른 쪽으로 샜는데.. 하고 싶은 말은 악플이 아무리 잘났어도 욕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국민들의 공감을 끌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차라리 글에 대해 더 배워서 미사여구로 멋들어지게 써서 전단지를 뿌려 도와달라고 하거나, 촛불시위를 한번 더 하는게 현명하다는 말이다. 자신을 온라인의 일을 오프라인으로 실천하는 키보드 워리어 1급이라 했으니. '위에서 대화에 임하는 성실성이 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같은 말이라도 씨팔 씨팔하며 비속어를 일삼으며 말하는 사람하고 말하고 싶은가, 품위있는 어휘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말하고 싶은가?
감상문이 오준규씨에 대한 비판으로 물들은 것 같지만... 소감이 이렇다. 물론 케이블 채널답게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시사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이용하여 시청률 올리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의 반이 김성주씨, 이경규씨, 김구라씨, 오준규씨의 농담따먹기로 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솔직히 오준규씨의 의견을 말할 시간도 확보되지 않았다.(의견이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 많이 하고 생각 많이 할 수 있는 주제로 그런 얇디 얇은 유리잔같은 의견을 내세운 것으로 보아 시간이 확보되지 못했거나, 편집을 이상하게 했거나 했을 것이다. 진짜 심한 상황은 오준규씨의 준비부족이었던가...)주제와는 관련없는 동문서답식의 프로그램 진행에....
나도 서울대 + 악플러에 낚인 불쌍한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다.
P.S. 편집에 의한 말 의도 바꾸기는 나도 잘 알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런 것 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 전문이 다 있는 상황(주로 뉴스에서 언급되는 상황, 사건 사고의 전말)에서 일부분만 보고 파악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거지만.(ex. 아소다로 제주도 발언, 베네딕토 콘돔발언) 전체 전문을 구할 수 없는 일반적인 방송에서 그것을 시청자에게 파악하라는 것은 제작자와 출연자의 오만이기 때문이다.
P.S.2 오준규씨는 자신에 대하여 말할 것이 있으면 디시인사이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틀렸다면 수정하겠습니다.)나 서울대학교로 와서 이야기 하란 말을 방송 끝에 남겼었다. 이 글을 오준규씨가 볼 가능성은 화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가능성 만큼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보신다면.... 비공개 댓글로 전번이나 메일주소같은 것을 남겨주세요. 디시 게시판이나 닉네임은 남기지 마시구요. 전 거기서 소모적인 키보드배틀 할 생각은 없습니다.